사도신경, 믿음의 고백
올해 둘째 주 예배부터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의 '나는 믿습니다' 시리즈(사도신경)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배 때마다 우리는 사도신경을 통하여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리스도인' 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바로 "예수를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고백하는 자"입니다.
이렇게 '사도신경'은 중요한 것임에도 정작 우리는 매주 예배 때마다 암송만 했지 그 내용과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내용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우선, 우리가 매주 예배 중에 암송하는 사도신경은,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의 믿음이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도신경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지금의 내용으로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 역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적 없을 겁니다. 지금의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그러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의 역사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앙고백"을 필요로 했는데, 세례를 받고자 하는 입문 교우를 위하여, 또는 기존 신자들을 위한 교육용으로 성서 전체 내용을 잘 정리한 교리의 요약문으로서 "믿음의 고백문"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사도신경의 역사에 대해서는 시리즈 첫 설교(1/14) 때 담임목사님께서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 외에도, 3세기경 까지 사용되었다는 '로마신조'가 9세기 경에 이르러 서로마교회를 중심으로 '신경'으로 채택 되었으며, 12세기에 이르러 교황 인노켄티우스 3세때 공식적인 '신경'로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사도설'의 경우, 목사님도 근거가 약하다 설명하셨지만, 어떤 내용인지 왠지 궁금해지지 않으십니까?
그건 바로 (자살한 유다를 제외한) 11명의 사도가 한 구절씩을 생각해 정리하였다고 전해오는 이야기입니다.
(정리하고 나니 겹치는 내용이 하나도 없더라~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죠~)
베드로 : 나는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을 믿사오며,
요한 : 그의 독생자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야고보 :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안드레 :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시고 죽으시고 장사되시고,
빌립 : 음부에 내려가시고,
도마 : 삼일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시고,
바돌로매 :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시어,
마태 :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 성령을 믿사오며,
젤롯인 시몬 : 거룩한 보편적 교회를 믿사오며,
(다시) 도마 : 육체가 부활하는 것과 영생을 믿습니다.
(현재 우리가 예배에 사용하는 사도신경과는 표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주일예배와는 별도로 드려지던 예배때 사용했던 신앙고백도 있습니다.
[집례] 여러분은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으십니까?
[회중]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집례] 여러분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십니까?
[회중]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집례] 여러분은 성령을 믿으십니까?
[회중]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역사의 관점으로 봐도 사도신경은 초대교회와 함께 길을 걸어왔습니다. 초기에는 세례를 받는 입문 교우들을 위하여 만들고 사용되다가 후에는 기존 신자들을 위해서도 사용되었다고 했는데, 당시에는 영지주의를 비롯한 수많은 이단 세력들에 대항하기 위하여 기존 교우들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필요했겠지요.
(초대교회 이단 및 영지주의과 관계된 내용은 생략~)
교의학 개요 / 칼 바르트
서재에 꽂혀 있는 책의 권수가 제법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그 책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나와는 거의 관계없는 책 : 주로 가족(자녀)들의 책이나 우연히 얻게 된 책
2. 누군가에게 금방이라도 소개해 줄 수 있는 책 : 다 읽었고 내용도 거의 파악된 책
3.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느껴지는 책...
이 책은 저에게는 분명 '3번'입니다. 개신교 목사로 시작하여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가 되었던 칼 바르트는, 신학에 대해서는 언제나 개신교를 아우 취급하는 가톨릭에서 조차 인정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유주의 신학자' '공산주의자'라는 오해까지 받은 적이 있을 정도이며, 그의 신학이 워낙 방대하고 어려운 편이다 보니 누구나 언급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독일교회와 많은 신학자들이 나치당을 지지하는 가운데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던 그는(고백교회에서의 바르멘선언 등), 결국 1935년 나치에 의해 독일에서 추방되었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바르트는 독일로 돌아와 후일 본(Bonn) 대학이 되는 건물(강의 당시엔 반쯤 폐허가 된 오래된 성)에서 강의를 시작하였는데, 매일 아침 7시에 학생들과 모여 찬송을 부른 후 8시부터 미리 준비된 강의록도 없는 상태에서 강의 때마다 '도입 명제'만 알려주고 자유롭게 설명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수업분위기는 전쟁이 끝나고 다시 강의실에 모인 스승이나 제자들 모두 지난 일들에 대한 복잡한 심정으로 인해 굳을 대로 굳은 상태였다죠. 후일, 강의의 내용이 정리되어 이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그의 대표 저서인 [로마서 강해](P.882)나 [교회교의학](13권)에 비한다면 250쪽 내외의 이 책은 중편소설 분량입니다. 또한 24개의 장이 모두 '사도신경'의 한 구절 한 구절에 연결이 되어 있어, 필요한 부분만 따로 보기에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1/28일 자 설교말씀인 '성령으로 동정녀에게서 나심을 믿습니다'는 책의 '14장 성탄의 비밀과 기적'에 해당하고, 2/4 일자 '빌라도에게 고난 받아 십자가에서 죽으심을 믿습니다'는, '16장 본디오 빌라도에게'와 연결됩니다.
물론, 본문의 내용은 한두 번 읽으면 바로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는 않습니다. 분명 한글로 번역된 문장을 읽는데 머릿속에서는 외국어로 인식되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책꽂이에 당당히 꽂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뭔가 든든합니다. 어려운 책 한 권 소개하려 쓴 글이 아니고, 다양한 내용들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기에 이번에는 '사도신경'에 대한 음악을 한 곡 소개해 드립니다.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 장엄미사(Messe solennelle de Sainte Cecile) / 사도신경(Credo)
예배(가톨릭에서는 미사)에 사용되는 음악으로 미사곡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고전음악 작곡가 중 상당수가 미사곡의 일부 혹은 전체를 작곡하기도 했는데,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가 바로 '구노'의 '장엄미사'입니다. 미사곡은 보통 5~6 악장으로 구성되며 그중 세 번째 곡은 대체로 사도신경(Credo)입니다.
유튜브 검색 결과, 비록 음질&화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한글가사까지 지원해 주는 사이트가 있어 링크를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