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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24)의 부활절은 3월 31일이었습니다.
이제 승천일(5/9)과 성령강림절(5/19)이 다가 옵니다.
(10살 이전에는 잦은 이사 덕분에 교회출석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10년은 빼더라도)
태어났더니 기독교인인 저는 부활절 역시 거의 제 나이 만큼이나 맞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에게 있어 부활절 그리고 공생애로 부터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죽음을 당하신 고난주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을 뿐 아니라 매년 맞이함에도 그 의미가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신비롭기만 합니다.
올해 느꼈던 새로운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음악 한 곡 듣고 가시죠.
앗! 익숙한 CCM 찬양곡이 아니라서 우선 곡 설명 간단하게 드리겠습니다.
1972년에 데뷔한 이탈리아 출신의 3인조 락밴드 Latte E Miele(뜻 : 젖과 꿀)의 앨범 [Passio Secundum Mattheum](마태수난곡) 중에서 'Il Processo'(재판) 입니다.
매우 올드하면서도 '락밴드'라는 이름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죠? 이 밴드와 같이 '뭔가 다른' 음악 장르를 '프로그레시브 락' 이라 부릅니다.
앨범 정보 : https://www.progarchives.com/album.asp?id=787
요한 세바스챤 바흐의 작품 '마태수난곡' 처럼 이 앨범 역시 예수님의 마지막 생애(가르치고, 함께 만찬을 나누고, 기도하고, 배반 당한 후 재판을 받고,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은 후, 부활하신)에 대한 음악 입니다.
먼저 소개 드렸던 Il Processo(재판)이라는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면서도, 믿었던 제자 유다에게 배반을 당하신 극적인 반전의 내용이며, 음악 형식 면에서도 독백+4중창에 오케스트라를 연상케하는 락밴드의 연주가 아주 멋집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Salve Maestro~
선생님(랍비, 예수를 지칭) 안녕하세요
(Corale) Ora mio Signore
(합창) 이제 나의 주님
Al processo tu andrai per il mondo...
시련에 주께서 세상을 통과하시리....
E così tu ci salverai!
그래서 주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리라!
(채보해 본 악보)
교회 생활 좀 해 본 기독교인 이라면 첫 가사가 어떤 내용인지 바로 알아채셨을 겁니다.
'곧 예수께 나아와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 하고 입을 맞추니' (마태 26:49/개역개정)
그럼 가사의 'Salve, Maestro~'는 이탈리아어 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겠죠?
그쪽 나라 성경을 찾아보니 판본이 3개 정도 보이던데 그 중 LND(La Nuova Diodati)라는 판본의 성경에서 이 구절을 찾아 보았습니다.
https://www.biblegateway.com/passage/?search=Matteo%2026&version=LND
서론이 길었습니다.
제목에서와 같이 "올해 느꼈던 새로운 의미"는 바로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간 "거짓 증언" 입니다.
앨범의 6번째 곡인 'I Testimoni (1° parte)'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시죠.
testimoni는 우리 말로는 '증인' 입니다. 가사를 보면...
Evangelista: Gesù, fu condotto da Caifa. I Sacerdoti cercavano falsi testimoni
전도자: 예수님은 가야바에게 인도되었습니다. 제사장들은 거짓 증인을 찾고 있었다.
Ne vennero due che dissero:
두 사람이 와서 말했습니다:
Coro: Lui ha detto che distruggerà il Tempio
합창: 예수께서 성전을 헐고
E lo rifarà in tre giorni
사흘 안에 다시 세우시리라
혹시라도 성경, 특히 신약 복음서의 내용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해보자면...
(이하 '새번역'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예수가 나사로(마리아의 오빠)라는 청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찾아가 그를 살려냈습니다. (요한 11:1~45)
그 이전에도 여러 기적들을 행했지만, 이번 일은 임팩트가 컸습니다.
'마리아에게 왔다가 예수께서 하신 일을 본 유대 사람들 가운데서 많은 사람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요한 11:45)
'그러나 그 가운데 몇몇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가서, 예수가 하신 일을 그들에게 알렸다.' (요한 11:46)
이 일이 있고나서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의회(아마도 산헤드린 공의회)를 소집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댑니다. 그런데 고민하는 내용이 조금 이상합니다.
'그래서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공의회를 소집하여 말하였다. "이 사람이 표징을 많이 행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 사람을 그대로 두면 모두 그를 믿게 될 것이요, 그렇게 되면 로마 사람들이 와서 우리의 땅과 민족을 약탈할 것입니다." '(요한 11:47~48)
(사람들, 즉 유대 민중들이 예수를 따르는 것과 로마가 이스라엘을 짓밟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역사적/신학적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그냥 기득권을 잃게 될 것을 걱정하는 정도로 이해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때 대사제 '가야바'가 떡밥을 던집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어서 민족 전체가 망하지 않는 것이, 당신들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소." (요한 11:49-50)
예수는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셨다'고 보통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사도신경)
하지만 예수의 고난의 시작은 '가야바'가 당긴 방아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신앙 그리고 신학적인 해석과는 차이가 있는 세상의 관점입니다.)
대제사장(=대사제) 이라면 유대인들에게 있어 어쩌면 왕 보다 더 높고 귀한 직책입니다. '지성소' (십계명 돌판을 넣어둔 법궤를 보관하는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바빌론 포로기 이후 페르시아로 부터 귀향을 허락받고, 예루살렘에 성전건축도 허락받아 다시 성전을 세울 수 있었지만, 이후 '헬라제국'의 지배를 받았다가, 다시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대제사장 이라는 직책도 지배자들이 편의에 의해 교체시킬 수 있는 자리가 되어버렸죠. (우리나라 근대사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지배자들도 대제사장 역할을 아무나 임명할 수는 없다보니, 결국 전임자 혹은 유력자의 추천을 받은 사람으로 후임자를 지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를 죽이자며 선동한 '가야바'는 전임자였던 '안나스'의 사위였습니다.
"그들은 그 날로부터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였다." (요한 11:53)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듯, '예수께서는 유대 사람들 가운데로 더 이상 드러나게 다니지 아니하시고' 잠수 모드로 들어가셨습니다. (요한 11:54)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는, 이 당시에는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 사람이에요!' 하고 알려주지 않는다면 말이죠.
글 앞부분에 소개했던 'Il Processo' (재판)의 내용을 잠시 되돌아보자면
'Salve, Maestro'
'곧 예수께 나아와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 하고 입을 맞추니' (마태 26:49/개역개정)
유다의 배신이 없었더라도 잡고자 하면 얼마든 잡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편견'에 불과 합니다.
'그들은 예수를 찾다가, 성전 뜰에 서서 서로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가 명절을 지키러 오지 않겠습니까?"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예수를 잡으려고, 누구든지 그가 있는 곳을 알거든 알려 달라는 명령을 내려 두었다.' (요한 11:56~57)
이 타이망이 등장한 것이 바로 '유다의 배신' 입니다.
결국 예수를 붙잡고자 하는 자들의 작전은 성공 하였고, 예수를 전직 대사제 '안나스'의 집으로 끌고 갑니다.
'로마 군대 병정들과 그 부대장과 유대 사람들의 성전 경비병들이 예수를 잡아 묶어서
먼저 안나스에게로 끌고 갔다. 안나스는 그 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장인인데' (요한 18:12~13)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던 이스라엘은 '군대'와 같은 조직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일제강점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외가 있었다면 '성전을 지키는 경비병' 이었다는군요. 즉. 대사제 만이 일부의 무장세력을 운용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예수가 붙잡혀 갔던 장소가 '안나스'의 집이었고, 붙잡혀 간 스승을 따라간 제자 '베드로'도 대문 밖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죠. 닭 울기 전까지 베드로가 자신의 스승을 세번 부인하는 이야기가 워낙 유명해서 정작 안나스의 집에서 예수님을 심문하는 이야기는 묻히기 일쑤입니다.
드디어, 'I Testimoni'의 가사에 나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대사제들과 온 의회는 예수를 사형에 처할 만한 증거를 찾고 있었으나 하나도 얻지 못하였다.
많은 사람이 거짓 증언을 하였지만 그들의 증언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몇 사람이 일어서서 이렇게 거짓 증언을 했다.
'우리는 이 사람이 '나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헐어버리고 사람의 손으로 짓지 않은 새 성전을 사흘 안에 세우겠다.' 하고 큰소리치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증언을 하는 데도 그들의 말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마가 14:55~59)
가사에 나오는 'in tre giorni'의 뜻이 '사흘 안에' 라고 하네요.
하지만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의 말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고 하니, 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대사제 일당들의 입이 바짝 말라들어 갔겠지요.
이후에, 우격다짐으로 심문을 이어 갑니다.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혹은, 전능하신 분의 오른편에 앉는 자) 이냐?"는 유도심문을 벌인 후, 예수의 대답을 이끌어 내기도 전에 빌라도에게 끌고 갑니다.
(보충설명)
1.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하는 로마의 총독, 빌라도에게 끌고 간 이유는, 이스라엘(유다) 민족에게는 죄인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사법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 안나스의 집에서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냐?'라는 유도심문을 하는데 예수의 대답은 '네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 혹은 '내가 한 말은 그들이 잘 알고 있다' 등등으로 유도심문에 넘어가지 않았지만, 결국 대사제의 일당들은 '열폭'하여 "이제 무슨 증언이 필요하겠습니까? 제 입으로 말하는 것을 우리가 직접 듣지 않았습니까?" (루가 22:71) 라면서 거짓 증거에 의해 '유죄를 선언' 하기에 이릅니다. (증거 조작)
3. 이후, 총독 빌라도가 예수를 심문 하는 동안, 죄가 없다고 확신 하면서도 결국 유대인들의 반란이 신경쓰여 '예수'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십자가에 달리도록 방관합니다. (잘못된 기소임을 알면서도 판결을 내림)
[마무리]
예수의 죽음은 '창세 전부터 준비되었다' 던가 구약 시대의 '예언자에 의해 이미 선포되었다' (시편, 이사야서 등) 등등 으로 설교되곤 합니다.
하지만, '사법제도'의 관점으로 본다면, 대사제와 지도자들은 예수를 심문하여 유죄의 증거를 '억지로' 만들어 내고, '유죄' 선고를 받기 위해 총독인 빌라도에게 끌고가서 빌라도를 압박하여 '사형' 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억지로' 증거를 만들어 내고 (거짓 증언에 의한 검사의 기소), '사형'을 언도받게 만든 것이죠. (판사의 판결)
지금 우리는, 제정일치 시대를 지나 제정(종교와 정치)이 분리되고 인간세상을 통치하는 것 역시 '군주'가 아닌 만인이 '법률'아래 평등하게 처우받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법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등'이 아닐까요? 가진 것 많은 사람이나 심지어 '법률'을 운용하는 사람 조차도 '법률' 앞에서는 똑같은 처우를 받기로 모두가 '약속'한 것이 바로 '법률'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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